[리뷰] 뮤지컬 웨이스티드 후기 230208
*주관주의
*불호주의

다작을 위해 예매한 뮤지컬 웨이스티드 우하하
쩌니네 극은 웬만하면 다 좋아해서 나름 기대하고 갔다 (150분인 것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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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일단 제일 먼저 느낀 것은, 내가 좋아하던 쩌니네 요소들이 다 없어졌다는 것.. 약불호였음요
나는 기본적으로 쩌니극들이
- 해석의 여지가 넓고
- 엔딩의 여운이 길게 남고
- 대사가 좋아서
좋아했던 것인데 이런 요소들이 다 사라짐,, 엉엉 연극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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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자체는 다큐멘터리 / 인터뷰 형식으로 흘러간다. 주체는 샬롯. 그치만 이야기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일 뿐, 단 한 명의 주인공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어떤 부분은 리지스럽고, 어떤 부부는 베르나르다스럽고, 또 컨트리풍의 넘버와 트유 생각이 나는 밴드 넘버들은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좀 난잡하다고 느껴졌음. 머리 아파.. 각 장면에 어울리는 멜로디들이 분명 있는데 (누가 죽었을 때는 슬픈 노래, 기쁜 일이 있을 때는 좀 통통 튀는 신나는 노래 etc), 넘버가 다 너무 너무 반항적이고 폭발적이라, 그 상황에 이입하는데 방해가 됐음. 공연 끝난 지금,, 머리 속에 매치되는 넘버+장면이 없어
남매들이 죽었을 때 부르던 노래 말고는....
아 그리고 넘버가 송스루라고 해도 될만큼 많아서 기억에 남는 대사는 없다. 난 쩌니네 대사....진짜 좋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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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콕 찝어 말하긴 어려운데 전체적으로 정돈이 덜 됐다고 해야하나..
일단 동선이 불필요할 정도로 복잡했고, 인터뷰 형식이라 그런지 각각의 사건(장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결론으로 치닫는 느낌이 아니라 약간 뚝. 뚝. 하고 끊기는 것 같달까.. '브론테' 자매를 다룬 다른 뮤지컬과는 다르게 인물들, 특히 브랜웰과 여러 사건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준 건 좋았지만, 그게 좀 지나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음
150분짜리를 100분 그 언저리까지 충분히 줄일 수 있을텐데 말이다..
종의 기원 볼 때처럼, 한 마디로 설명될 걸 굳이 넘버로 길게 늘어뜨려놓은 부분이 몇 군 데 있었음. 지금 기억나는 건 에밀리와 강아지가 교감하는 장면. 강아지가 에밀리에게는 정말 소중한 존재인 것을 보여주려 한 것 같은데, 그걸 굳이... 넘버로 (심지어 꽤 길었음)
넘버 중간에 나오는 개소리 (리터럴리 개소리 - 멍 멍 멍)와 비트박스 (?) 정말 띠용스러움.. 재미... 있다고 느끼지도 않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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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2막이 오천배 정도 재밌다
각 인물들이 속에 묵혀놓은 것들을 다 터뜨려서 약간의 카타르시스도 느껴지고
전개도 좀 빨라져서 지루한 느낌은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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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근데 그 장면은 너무 좋았어요
샬롯과 엔이 처음으로 멀리 떠나 바다에 간 장면
인간이 새로운 것을 보고 경험하는 걸 볼 때면 항상 가슴이 찡해지고, 나도 저런 짜릿함을 느낄 경험을 찾아 나서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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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가 요런 나무 바닥으로 돼있는데 (사이 사이 틈이 많지만)
바닥 아래에서 구멍 사이로 뚫고 올라오는 조명들이 좋았어. 바다에 놀러가면 파란 조명이, 역동적인 넘버가 나올 때면 빨간 조명이 번쩍였다
(2층이여서 더 잘 보인 것 같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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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으아아아아아아악 김수연 !!!!!!!!!!!!!!!!!!!!!!!!!!!!!!!!!!!!!!!!!!!!!!!!!!!!!!!
너무 잘해.... 엉엉............... 너무 찰떡이야
장민제 !!!!!!!!!!도 너무 잘해.. 아기가 노래 연기가 오천배 늘어왔을게... 진짜 이 두명밖에 안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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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철씨 보려고 캐슷을 나름 맞춰간거긴 한데
보고 나와서는 순종이가 좀 더 역할에 잘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음
일단 에밀리/앤을 맡은 배우분들이 제법 어리신데 지철씨...와 남매같다는 느낌은 좀 부족해서 그랬던 것 같음
그치만 순종브랜웰이 리디아와 사랑에 빠지고, 간통을 하고, 사랑때문에 피폐해져가는 장면이
이입이 잘 될지는 모르겠음.. 그냥 사랑을 하기엔... 너무 어려보인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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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해석의 여지가 많은 것도 아니고 (한번 봐서 그럴지도, 내가 또 무지했을지도)
그렇다고 넘버가 내 찰떡.취향인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 본진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
자첫자막으로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