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연극 오펀스 후기 221221

2022. 12. 23. 23:46공연 (연극·뮤지컬)/공연 관극 후기·리뷰

*자첫후기

*스포주의

*불호주의

 

예전부터 정말 궁금했던 극인데 좋아하는 배우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보러왔다 ! 야호 주협아 ~♥

사실 남명렬 배우님은 가부족 때 보고 튕겨서 일부로 박지일 배우님 회차로 잡았었는데 웬열.. 캐슷이 바뀌었어.. 모 어때 NMR 배우님과 운명인가봐유,, 사실 크게 상관 없어서 그냥 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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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연극 뮤지컬 볼 때, 시놉/설명/해석 etc 다 안 읽고 가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어: 큰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0의 상태에서 보는 게 훨씬 재밌기도 하고, 아무것도 모르고 봐도 이해돼야 좋은 대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무니죠. 

이번에도 내가 사전에 알고 있던 것은 제목에서 알 수 있었던 주인공들이 '오펀스', 즉 고아라는 것 그리고 저번 시즌 바다 필립이 짱이었다는 것(...) 밖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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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보고 나온 직후에는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많았는데 후기를 쓰면서 정리가 돼서, 여운 남는 극으로 기억되는 중

일단.. 쓰고 싶은 내용이 너무 많아서 간단한 줄거리와 내가 극을 보며 던졌던 질문들을 나열하면서 후기를 풀어볼게 ! 내가 던진 질문을 스스로 대답하면서 극을 풍부하게 채워가는 과정이 너무 재밌어. 이게 내가 연극을 보는 큰 이유 중 하나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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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이 주는 따듯한 메세지와는 별개로 폭력적인 장면이 많이 나온다. 트릿이 필립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학대하기 때문에 소리 지르는 소리, 폭력, 가스라이팅 등의 트리거는 알고 가야할듯 


1. 트릿이 필립을 학대하는 이유

트릿이 필립에게 '학대'적 행동을 보이는 건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해. 동생을 '보호'해야겠다는 강박이 만들어낸 폭력성이 첫번째 이유. 그리고 혼자 남겨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또 다른 이유. 내가 본 정복트릿은 '외로움'을 들키지 않기 위해 동생을 보호한다고 정당화시키는 것 같았어

트릿은 필립마저 없으면 주변에 정말 아무도 없기에 필립이 떠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컸겠지. 동생이 나를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그 마음 때문에 동생을 좁은 집에, 그저 바보로 키운거야. 내가 챙겨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멍청이 동생이 본인에게는 더 편했을테니까.

이런 행동들을 통해 트릿은 '변화'를 극도로 싫어한다는 걸 알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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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에서 정복트릿은 참치캔과 마요네즈를 먹으며 행복해하는 필립을 보며 뿌듯해해. 아마 음식을 사주는 행위 자체가 동생을 잘 보살펴주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보는듯. 그것이 큰 기쁨이자 위로로 작용하는 거 같아 보이기도 했어

근데 2막에서 필립이 마요네즈와 참치캔은 더이상 자기 입맛이 아니라고, 헤롤드가 만든 콩비프가 먹고 싶다고 할 때, 트릿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헤롤드를 향한 원망 혹은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 요건 날마다 혹은 배우마다 다를듯 ! 하나의 관극 포인트가 될 것 같다

2. 왜 헤롤드는 본인을 희생하면서까지 아이들을 돌보는가

- 헤롤드가 두 형제의 집에 들어오고 아이들과 마주하여, 그들의 생계를 책임지기까지. "그가 아무런 대가 없이 아이들에게 잘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가 내가 극을 보면서 계속 던졌던 질문이었어. 사실 이 이유를 생각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어떤 일이든 논리적/이성적으로 설명할 순 없다는 거. 그렇기에 헤롤드가 가진 배경과 서사를 이해해야한다고 생각했음.

헤롤드는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그들에게 투영해 바라봐. 헤롤드 역시도 '고아'였고, 트릿을 지칭하는 '앵벌이키즈' 생활을 본인도 했기 때문이겠지. 트릿에게서 스스로를 마주했기에 그의 납치극에 장단을 맞추며 집까지 온 것 같았어. 트릿을 향한 연민, 어쩌면 자신을 향한 연민 때문일지도. 그냥... 나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에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었을 것 같아. 나도 나랑 비슷한 사람 보면 이유 없이 도와주고 싶고 그러니까

3. 헤롤드는 누구인가

- 필립과 트릿의 아빠인가? 이 질문의 답은 정확하게 찾지는 못했는데, 극을 보는 내내 저 생각이 떠나질 않았어

아마 헤롤드를 연기하는 배우의 '성별'이 가지는 한계점 때문인 것 같기도. "옅은 금발의 메부리코" 이 대사에는 여자를 지칭하는 단어가 하나도 없는데 난 배우가 가진 성별 때문에 당연히 '여자'라고 국한시키며 극을 봤던 것 같아. 헤롤드가 설명하는 '미망인'이 두 형제(자매)의 엄마와 이미지를 공유하기에 은연중에 헤롤드가 둘의 아빠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

헤롤드가 누구든,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트릿과 필립에게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어준 인물이라는거

4. 노란 로퍼가 가지는 의미

- 개인적으로 '신발끈을 묶지 않아도 되는' 로퍼는 필립에게 단순한 선물보다는 더 큰 의미를 가지는 것 같아. 내가 아는 세상을 넓혀준 매개체로, 필립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지. 그가 실제로 집 밖을 처음 나갈 때도 이 로퍼를 신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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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헤롤드에게 이 신발을 신겨주는 이유는, 고마움을 돌려주려는 마음도 있지만 이제 자신에게는 신발끈을 묶어줄 '트릿'이, 다시 말해 더이상 신발끈을 묶지 못한다는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 대목이 필립과 트릿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 ! 필립은 트릿을 위로해주고, 트릿은 필립의 신발끈을 묶어주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 서로는 서로의 빈 부분을 채워주고 격려하는, 점점 성장하는 사람이 된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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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롤드가 죽는 씬에서 아이들이 꽃을 들고 신나게 춤을 추는 모습은 그가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게 도와줬을거야. 개인적으로 좋았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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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릿은 헤롤드가 죽음으로써, 그가 줬던 가르침들을 깨닫고 성장했을거라고 생각해. 감정을 절제할 줄 아는, 그리고 자본주의를 잘 이해하는 사람으로 잘 살아가지않을까

+이건 개인적인 배우 노선 후기이긴 한데, 헤롤드가 죽고 난뒤, 정복필립은 정확하게 어떤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어. 웃듯이 울고 울듯이 울었는데,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건 후회였을까. 허망함이었을까. 혹은 남은 인생에 대한 두려움과 막막함이었을까. (다였나)

하지만 트릿이 진정으로 바랐던 게 헤롤드의 '격려'라는 걸 스스로가 깨닫는 그 순간은 정말 잘 표현하셨어

5. 필립에게서 발견한 가능성

- 두 형제에게 필요한건 사실 '부모님'이라는 존재보다 '격려'라는 행위였을거야. 헤롤드는 그걸 알았을테고

근데 내가 가졌던 의문은 왜 유독필립에게만 잘해주는지였어. 헤롤드는 필립에게서 새로운 길/가능성을 봤던 거 같아. 트릿은 이미 세상의 고난을 아는 반항적인 아이지만, 순수하고 어린 필립은 격려를 받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 본인이 가져보지 못한 가능성을 필립을 통해 이뤄내고 싶었을지도 모르고.

손길을 느껴본 적 있는,  격려(혹은 엄마의 손길)를 어느정도 기억하는 트릿과 한번도 느껴본적 없는 필립. 트릿은 따듯함을 느껴본 적 있기에 헤롤드의 손길을 더욱 두려워해. 개인적으로 정복트릿은 (이런 표현이 괜찮은지 모르겠지만) 버림 받은 강아지 같다고 생각했어. 누구보다 사람의 손길을 그리워하지만, 버려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너무 커 다가가지 못하는. 이 두려움때문에 헤롤드에게 격려가 아닌 인정을 바란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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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끈을 묶을 수 없으면 로퍼를 신으면 돼"  "네가 길을 찾지 못한다면 내가 지도를 줄게"

필립은 헤롤드의 '격려의 손길' 덕분인지, 온저히 설 수 있을만큼 많이 성장하게 돼. 그렇기에 마지막에 트릿을 위로해줄 수 있었고 !

6. 헤롤드는 좋은 어른이었을까?

버스 안에서 일어난 일을 재현했을때 , 나는 헤롤드의 행동이 이해 가지 않았어. 그 대화를 통해서 트릿이 무언가 배울 수 있을 거라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야. 헤롤드는 그저 트릿을 극한의 상황으로 밀어넣으려고 했고, 애초에 그가 했던 질문들은 '답'이 정해져 있었기에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어

그는 트릿이 누구에게 말을 걸고, 부탁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는걸 누구보다 잘 알텐데 , 의미 없는 '가정'을 통해서 얻으려고 한 게 뭐였을까. 그의 통제적인 면모가 보이는 장면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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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우리는 헤롤드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통해 아이들을 성장시켰는지 알 수 있어. 절대적인 기준 혹은 정해진 답이 있는 건 아니니까. '좋은 어른'은 아니었을지 몰라도(좋은 어른이 정확히 뭔지도 모르겠지만) 두 형제에게는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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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후기가 많이 길어진 것 같은데 한 번 더 보고 난 후에 다시 정리해서 써봐야겠내.......................

후기를 무슨 3일 넘게 쓰고 있어........... 아무리 정리를 해도 마음에 안들어...서.. 어쩔 수가 없다요..

내가 적으면서도 뭐라고 적고 있는지, 이게 맞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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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 극 보고 벼락 맞아 나왔고.. 오늘 오펀스 원어 대본집을 다운받아 봤슴미다.. 요것도 천천히 읽어보면서 후기 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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