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연극 온 더 비트 후기 221130

2022. 12. 14. 13:44공연 (연극·뮤지컬)/공연 관극 후기·리뷰

*연극 온 더 비트 자첫 후기

*주관주의 / 스포 주의

비트들이 아드리앙 머리 속을 떠다니는 것처럼 온갖 내용들과 디테일, 후기들이 머리 속을 복잡하게 돌아다니고 있는데 꼬옥... 오늘 후기를 마무리 하고 자겠음... 왜냐면 내일 출근하고 나면 까먹을 것 같아

자첫이라 사소한 디테일까지는 파악할 수 없어서, 기억에 남는 장면/ 좋았던 장면들 , 연출 , 조명, 스토리 등등을 위주로 후기를 풀어나가보도록 하겠음!

일단 오늘 보면서 직관적으로 느꼈던 것들은, 무대 위 소품들이 극을 이끌어가는데 그렇게 중요한 요소들은 아닐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무대 위에 일반 드럼/ 전자 드럼만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데, 휑한 느낌은 전혀 없고 오히려 주인공인 '아드리앙' 그리고 '드럼'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음. 일다(제작사) 극 특징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살수선+온더비트만 보면 확실히 무대 위 공백을 조명+연출+사운드 그리고 *배우*가 꽉꽉 잘 채워주는듯... 살수선 바다 소리도 직접 여수 가서 녹음했다고 들었는데, 온 더 비트 사운드에도 신경 많이 쓴거같음!

그리고 뭐랄까... 배우가 그냥 무대 위에서 단순히 연기한다는 느낌보다는 관객과 소통을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배우가 관객의 반응을 관찰하며 연기하기도 했고(토크쇼처럼) 배우가 설명/대사를 하면, 그걸 기반으로 내 상상을 더해 '나만의 무대'를 만들어 가는 과정 때문에 그렇게 느낀 것 같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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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근데.. 막상 쓰려니까 좋았던 게 너무 많아서 뭐부터 시작해야할 지 모르겠어... 강기둥 배우를 먼저 보고 온 지인이, 이분이 특유의 쫀쫀한 리듬감이 있다고 했는데 , 첫 등장부터 무슨 소린지 이해했음. 암전 상태에서 배우가 등장해 몸을 때리며 비트를 만드는데... 그 설명할 수 없는.. 쫜득한 맛이 있음.. 나도 모르게 고개가 까딱거려지는... 그 느낌 알잔아요...

밖에서 들리는 농구공 소리와 엄마가 허브 자르는 소리가 무작위로 섞이며 점차 '음악'의 형태로 변해가는 장면. 이 장면 보면서 > 아 난 끝났다 <라고 생각했음. 무대 하수는 농구공 소리가 들리는 '집 밖의 공간' 그리고 상수는 집안일 소리가 들리는 '집 안의 공간'으로 나뉘는데, 점차 점차 사운드가 통합되면서 '아드리앙만의 세계'가 만들어진 것 같았다. 여기서 나오는 대사도 "이게 내 전부가 될 줄 알았어요"라니.. 이 얼마나 감각적인 연출이야..? 진짜 눈물이 남

 

그리고 극 자체에서 '파란색'이 굉장히 많이 쓰임. 아드리앙의 드럼도, 드럼을 칠 때 주요 조명도 파란색. 예전에 기사에서 과거 미국의 자폐인 중 '파란색을 선호하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는 설문 조사를 봤던 것 같은데 그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안정/희망의 상징이니 이렇든 저렇든 파란색이 가지는 의미 = 아드리앙에게 드럼이 가지는 의미와 같다고 보면 될 듯 !

+ 사실 처음에 '아드리앙'이 자폐아라고 깨닫기까지 조금 걸렸다. 기둥 배우님은 약간의 틱 증상이 있는 정도로 연기를 풀어냈고 그래서

"이 자폐아 **야"

라는 대사가 나오기 전까지 조금 아리까리한 상태로 봤던 것 같음. 근데 오히려 이 포인트가 아드리앙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체로서 본인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대사와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서 캐해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극 자체에 가정 폭력, 학교 폭력, 왕따 등등등등의 많은 트리거 요소들이 나오는데, 이 요소들을 블랙코미디적으로 잘 풀어내서인지, 아드리앙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서인지(둘 다인듯), 크게 불편하진 않았던 것 같음.. 그냥 내가 이런 트리거들에 둔감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아드리앙은 자신을 향한 비난과 폭력 속에서도 음악을 느끼고 이걸 꽤 웃기게 풀어내는데.. 이 자체가 기분이 조금 묘했음.. 명백히 웃으면 안되는 장면인 걸 아는데 나도 모르게 푸하하 웃고 있는게 스스로 너무 모순적이라 느껴진다. 의도적으로 대사와 행동들을 우스꽝스럽게 설정해놔서 내가 그 덫에 걸린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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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은 소리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하다. 음이 아름다울 수 있는 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으니까"라는 대사를(맞나..?정확히 기억이 안나)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각각의 음표'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자기 음을 내다(인생을 살아가고) 사라지는 음표가 모여 하모니(사회)를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객석= 오선지

앉아있는 사람들 = 음표

아드리앙은 지금 오선지 위에 놓여 있는 음표들과 이야기하고 있는거구나...라고 해석함

아 그리고 배우가 노래에 맞춰 춤추는 장면들이 있는데, 정말.. 둥둥 떠다니는 음표처럼 노래에 온전히 몸을 맡기고 있는 게 잘 보여서.. 너무 아름다워.. 하....아니 그리고 강기둥 진심... 드럼 칠 때 개잘생겼을게.......진심..........진심.........이건 뻥 아님...........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노래에 맞춰 드럼을 치는데.. 나 걍 머리를 뽑고 싶었음.. 아 그 메탈 빼고.. 그건 넘 시끄럽드라.. ^^ 아무튼.. 진심 엉엉 그냥 울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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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앙에게 '세실'이라는 인물은 어떤 존재였을까. 자신과 처음으로 '소리'로 소통(반응)한 사람이겠지? 이 극을 보면서 우영우 생각이 많이 났는데 '준호'와 '세실'이 비슷한 캐릭터이지 않나 싶다.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각자의 방식에 맞춰 소통을 시도하는 게 둘의 공통점인듯. 아드리앙이 세시를 '자신의 연주에 처음으로 귀를 기울여 들어준 사람'으로 설명하는데, 이 대사가 너무 슬프게 느껴졌다. 아드리앙의 엄마도, 친구들도 연주를 한번도 들어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걸 무척이나 담담하게 얘기하는 아드리앙의 말투가 더 마음 아파

극 중간에 잠시 나오는 드럼의 '고스트 노트'. 이게 아드리앙을 나타내는 게 아닌가 싶음. 눈에 보이진 않지만 드럼에서 '최고'인 음들. 사람들이 이렇게 숨어있는 고스트 아드리앙을 한 번이라도 들여다 봤으면 베르나르에게 저지른 그런 비극이 일어났을까 ?

반대로 객석에 앉아있는 우리가 아드리앙을 빛나게 해주는 고스트 노트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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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그랬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아드리앙이 본인이 저지른 짓을 후회하고 있다는 사실이 잘 드러나는 대사이다. 아드리앙은 어디까지 후회했을까? 아마 이게 내 관극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아마 드럼을 시작한 순간까지는 후회하지 않겠지만 , 갇혀있는 그 상황에서 '드럼'이 아드리앙에게 어떤 존재인지도 생각해보면 좋을 듯

엉엉 그리고 커튼콜 너무 좋았어.......

드라마 끝날 때, 그 화의 하이라이트 장면들을 모아 보여주는 것처럼 이 공연의 커튼콜에서는 아드리앙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짜집기 해서 보여주는데 , 진심.. 연출님 상 주고싶습니다.. 이렇게 여운 남는 커튼콜 처음인 것 같음

자첫이라 분위기와 느낌만 남아 꼼꼼히 못 쓴 것 같아 아쉬움. 조만간 함 더 보러가겟쇼 ~!

하 출근해야되니까 이쯤 쓰고...기억 나는 거 있으면 회사에서 좀쫌따리 수정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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